대체 언제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요?

나이가 들어도 왜 이렇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걸까?

한여린 2022. 12. 21. 22:22

나이가 들어도 왜 이렇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걸까?

며칠 전에 누군가에게 장문의 카톡을 받으며 마음을 거절당하는 꿈을 꾸면서 일어났다.

잠에서 깼는데, 꿈이어서 다행이었지만 꿈이었어도 별로 겪고 싶지 않은 씁쓸함이었다.

사실 이 정도 나이 되면 여기저기서 사소한 거부터 깊은 것까지 거절을 많이 당하고 살았을 텐데 왜 난 여전히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걸까 오늘 새삼 계단을 오르다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작년 말부터 계속 멘털이 안 좋기 때문에 그런 건지...

 

언제쯤 거절당하는 게 덜 두려워질까?

아직도 내가 어른이 아니어서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공포에 쌓여있는 걸까?

 

 

 

오늘 밥을 먹다가 유튜브에서 '홍대역 X번출구 앞에서 장미꽃다발 받으면서 공개적으로 고백받기 VS 단톡방에서 아련하게 카톡으로 고백받기'로 만약에 질문이 나왔는데...

나는 솔직히 차라리 모르는 사람 앞에서 고백공격받는 게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둘 다 좋을 것 같은데?"

"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거 너무 감사하고 기분 좋을 것 같은데?"

"?? 너 내향적인 사람이잖아?"

"그런 걸 떠나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무척 고마운 일이지. 나는 기분 좋은데?"

 

이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와.. 이거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반성이 정말 많이 됐다.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 그 사람이 창피를 당해야 하는 거지?

물론 방법이 썩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큰 용기를(?) 내서(딱히 배려있는 고백이라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고백할 만큼 나를 좋아해 준다는데 나는 왜 그런 마음을 먼저 못 보고 다른 면을 먼저 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제발 나잇값 못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사람에 비하면 내 생각이 한참 어리고 나이를 헛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많은 반성이 됐다.

내년에는, 아니 내일부터는 나도 더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봐주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다가 예전에 이 사람과 이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이 났다.

저번에도 한 번 블로그에 포스팅 한 적 있지만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좋다고 하면 '나를? 왜? 왜 무슨 면을 보고 나를 좋아한다는 거야? 멋대로 나를 재단하고 좋은 면 만 봐놓고 나 좋다고 하고, 나중에 나에게서 실망스러운 모습 보면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아무렇지 않게 떠나가버릴 거면서...'하고 상처받기 싫어서 아등바등거리면서 타인의 애정을 늘 경계하면서 살아가는 타입인데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나에게 독이 되는 건지....

그런 생각이야말로 자신이 너무 자신만의 관점으로 타인을 재단해버리는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참 여러모로 반성이 되네요....
맨날 '어떻게 해야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저게 사실 내 인생에 가장 큰 고민인데 아직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저런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