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쳐가는 것들

좋아하는 음식.

한여린 2021. 4. 5. 00:18

스위스 여행중 찍은 장미 사진.

토요일은 아침에 출근을 시작할 때부터 부슬비가 오더니 퇴근 시에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퇴근길에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어찌나 갓 튀긴 따끈따끈한 도나쓰가 먹고 싶던지, 찹쌀 꽈배기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 꽈배기 3개, 치즈볼 1개, 게살 고로케 1개, 팥 도너츠 2개를 사 왔다.

장대비를 뚫고 다녀오느라 그런지 퇴근하는데 총 1시간 50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날이었다.

더군다나 주말에.

 

아무쪼록 토요일 점심에 그렇게 튀긴 음식과 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느지막이 프로젝트 백을 인증해야 할 시간쯤 일어나서 티브이를 본 후 정신없이 글을 한 시간 정도 쓰고 엄마가 해준 오삼불고기를 먹었다.

그러고서 대충 하루를 마무리하며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는데 배가 살살 아팠는데 기분 탓으로 여기며 잠을 자면 호전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2시쯤 다 되어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을 자다가 불현듯 배에서 천둥이 치듯 너무 아팠다.

기겁해서 일어나니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나의 사랑스러운 둘째 고양이는 세상모르게 편히 자고 있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갔는데, 배만 아프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

그렇게 오한에 떨면서 아픈 배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다가 너무 졸려서 까무룩 잠에 빠질 뻔하다가 다시 작열하는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면서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40분 정도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낸 후 겨우 침대로 돌아가서 다시 누웠는데 속절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 둘째 고양이는 편히 자고 있었다.

유난히 내가 잠을 설치거나, 아플 때마다 우리 둘째 고양이가 내 방에서 너무 편하게 자는 게 눈에 띄는데 그럴 때마다 좀 얄미운 건 내 인성이 못된 걸까?

 

그렇게 오전 11시쯤이 다 되어서 엄마가 도대체 언제까지 잘 거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 소리에 흐리멍덩한 눈으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자는 사이 좀 괜찮아졌나 싶었지만 속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약을 챙겨 먹었음에도 여전히 배는 너무 아프고 추워서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몇 번을 화장실에 가면서 배 아파했다.

 

엄마가 죽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죽을 또 먹기는 싫어서 일단 밥을 먹겠다고 버텼다.

그러던 와중에 전에 설사를 자주 했을 때 처방받았던 지사제가 생각나서 두 번을 챙겨 먹었다.

기존에 먹고 있던 약이 장염이 왔을 때 설사는 안 했던 상태에서 처방받은 거여서 지사제를 두 번 복용하니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아까보다는 속이 편안한 느낌이다.

이번 새벽이 또 고비일 것 같긴 하지만...

 


새벽부터 일요일의 이야기는 각설하고, 잊고 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관해서 생각해봤다.

일단 나는 밥을 그렇게 좋아하는지는 몰랐는데 쌀을 정말 좋아한다. 발아현미밥도 좋고, 흑미밥도 좋고, 쌀밥도 좋아한다. 다른 밥들은 그냥 그렇지만 아무튼 저 3종류의 밥들은 너무너무 좋아한다.

평상시에 나는 반찬을 많이 먹는다기보단 밥을 많이 먹는다. 항상 밥이 주여서, 밥이 떨어지면 더 이상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있더라도 더이상 먹지 않는다. 내게 식사란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쌀을 정말 좋아한다고 느꼈던 게, 외국 나가서 2달 정도 생활하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매일 빵, 면, 피자만 주야장천 먹으니까 쌀이 정말 미친 듯이 먹고 싶었다. 

나중엔 도저히 쌀을 못 참겠어서 5000원이 넘는 돈을 주고 스위스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었다. 한국의 삼각김밥보다 퀄리티도 훨씬 떨어지고 맛은 별로였지만 비싼 돈 주고 접한 그 쌀이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음식을 또 뽑자면 그건 샤부샤부.

한국식 샤부샤부도 좋고, 중국식 훠궈도 좋다. 일본식 샤부샤부인 스키야키는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샤부샤부류는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동네에 고기가 무한리필인 샤부샤부 집이 있는데, 평상시에 많이 먹지 않는 내가 거기만 가면 고기를 5-8번씩 리필해서 먹으니 동생이 나를 보면서 누나 걸신들린 거 아니냐며 여기만 오면 왜 그리 많이 먹는지 신기해한다.

그리고 훠궈는 소고기보단 양고기를 넣어서 먹는 걸 선호한다. 훠궈만 먹으러 가면 양고기만 넣어서 먹고 수 없이 리필하지만 주로 술을 곁들이거나 다른 풍부한 재료들을 같이 넣어서 먹어서 그런지 한국식 샤부샤부를 먹을 때보다는 적게 먹는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고기랑 연어.

양 특유의 고기 향이 나는 왜 그리 좋은지 돼지, 닭, 소보다는 단언컨대 내게는 양고기가 최고다.

양꼬치도, 양고기 스테이크도, 양고기 샤부샤부도 다 너무 좋다. 양고기 특유의 향이 날 너무 설레게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연어가 생각난다. 해산물은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지만 연어의 눅진하고 부드럽게 기름진 맛이 너무 좋다. 생 연어회보다는 간장 연어가 너무 좋아서 2주에 한 번씩은 반드시 생각나는 것 같다.

 

지금 다시금 배가 아파오고 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제발 새벽에 배탈이 안 났으면 좋겠다.

장염 싫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