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울고 들어온 너에게

한여린 2021. 1. 3. 20:45

출판사 : 창비(창비 시선)

김용택 시집

 

 내가 언제 가장 우울하고 스스로를 많이 망쳤을까? 되돌아보면 단언하건대 그건 스물 여섯때.
그 때 당시의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였으며 자학하고 미워하고 스스로를 탓하느라 우울에 허덕이며 눈을 감고 세상을 대하는 느낌이었을 때였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다르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르며 똑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각자 주어진 능력 치가 다른데 왜 다른 사람들은 하는데 나는 안 되지? 왜 나는 여기까지 밖에 못 하지? 왜 나는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거야.’등등 스스로를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내가 나를 상처 입히며 고문하고 미워 했던 때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한창 내 마음이 스스로 불빛 하나 없는 외딴 숲 속에서 늪지에 반쯤 잠긴 채 걸어가던 시기에 출간된 시집이다. 제목부터 너무 서정적이고 마음을 아찔하게 해서 도저히 손이 안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만약 내가 그 때, 그러니까 스물 여섯에 이 시집을 읽었다면 늪지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됐을까? 결단코 아니요.’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시집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읽었는가?

일단 제목에 대한 기대감으로 섬세하고, 서정적이고, 내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줄 시들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시인의 주파수와 내 주파수가 완전 다르다. 그래서 당최 김용택 시인은 이 시로 하여금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마치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문제를 풀기 위해 읽어왔던 문제집 속의, 혹은 기출문제 속의 시를 읽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와 닿는 시는... 솔직히 말한다면 글쎄...?

제목과 시 내용의 조화도 개인적으로는 아리송해서 정말 고등학생 때 시험지를 붙잡고 씨름하던 그 때의 향수만 느꼈다.

 

 

 일단 이 시집의 제목이자 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인 <<울고 들어온 너에게>>는 어떤 시인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아랫목의 따스함은 나도 겪어 봤고 아주 잘~ 알겠다.

일단 나는 추위를 아주 격렬하게 싫어하는 사람으로써 손이 시릴 때에 나도 엉덩이 밑에 두 손을 넣는 때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도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인 그 손으로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라니나는 여기에서 나는 시를 감상하기엔 글렀다 싶었던 이유가 ‘아... 정말 비위생적이다. 남편이 나한테 저러면 최악인데? 자기 엉덩이 밑에 깔고 있던 손을 감히 내 얼굴에 가져다 대? 자기가 엉덩이로 뭘 깔고 앉았을지 알고? 제정신인가? 얼굴에 생화학 테러를 감행하네? 정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라면, 비누로 꼼꼼히 닦고 따뜻한 물로 손을 충분히 씻고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따뜻한 손으로 온기를 나누면 안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 새도 그 추위에 움츠린 겨울의 꽝꽝 언 들을 헤맨 네 볼이 얼마나 빨개졌을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체온을 빼앗겨 버렸을 네 뺨에 화자의 온기와 더 나아가서 당신을 염려하는 마음까지 전하는 방법이 저런 방법뿐인지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완전 망했다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게 어려운 시집이었다. 농촌 분위기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이 시들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제목에 낚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으니참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