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절.
내 생일은 여름이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봄이다.
물론 여기엔 비도 안 오고, 기온도 20도 이상으로 올라야 하고, 황사나 미세먼지 없이 바람도 선선하게 부는 알레르기 없이 맑은 날의 봄이라는 많은 단서들이 붙지만.
그리고 지금 내 마음도 드디어 너무 춥고 길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 드디어 봄의 초입에 들어왔다.
사실 불과 3-4주 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늘 자신감이 넘치던 내가 자존감이 밑바닥을 치고 똑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나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흔들리고 약 부작용으로 우울증에 잠식됐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심장에 꽂히며 내 마음에 너무 거센 풍랑을 불러일으키고 나가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도 멀리하는 오래간만에 내게 찾아온 인생의 암흑기이자 혹한기였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내 감정의 변화에 낯설어하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에 도대체 우울증을 몇 년씩 앓는 환자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건지 그 대단한 매일의 전쟁 같은 삶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물론 약의 부작용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도 있지만, 원치 않았던 사건 사고를 맞닥뜨리면서 약의 부작용과 시너지 효과가 나서 정말 지옥 같은 날들이었다. 내가 알던 반짝이는 나의 자아가 높은 위치에서 유리구슬이 떨어져 여러 조각으로 박살 난듯한 느낌이었다. 그 조각조각 부서진 유리구슬을 맞춰나가며 다시 형태만이라도 복구시킨다는 마음으로 조각난 마음들과 감정을 모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불면증도 잡히고 약을 중단하고(불면증 약이었다.) 반감기도 지나가니 정서도 안정되면서 다시 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야 숨이 좀 쉬어진다. 숨 막히는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몇 번을 되뇌며 다시 숨 쉴 수 있음을 감사해하며.
그렇게 숨을 쉬듯 살다 보니 어느덧 일 년 가량 쉬어왔던 연애도 다시 시작하게 되고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 과연 이 봄이 얼마나 지속이 될지 아직은 꽃 봉오리 정도만 맺혀있는 초봄이지만...
지금 불어오는 이 봄바람이 좋다. 설레는 계절인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