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지금은 翅溵이라는 이름만 보면 흔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예전 이름은 좀 특이했다.
사실 글자만 보면 특이하지는 않았는데 善康이라는 이름을 쓸 당시에 이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을 내가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성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 대에서는 '康'을 돌림자로 썼기 때문에 가운데 글자만 정하면 됐었다.
내가 생긴 건 아빠가 군대에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때 당시엔 더더욱 딸인지 아들인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아빠는 딸이어도, 아들이어도 상관없는 이름을 짓자고 생각해서 善康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센스 없었던 것이, 아들일 경우와 딸일 경우 각각 이름을 한 개씩 만들어 놨으면 됐을 텐데 뭐하러 중성적인 이름을 지어준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진 생각을 못 했다고 하신다.
덕분에 그런 중성적인 이름을 갖고 흔하지 않은 성을 갖고 있다 보니 성과 이름이 합쳐지면 상당히 성별이 모호하고 남자 이름 같은 이름이 됐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면 친구 어머니가 벌써 딸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줄 알고 기대를(?) 잔뜩 했는데 여자 친구가 와서 놀라시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 때 이름이 어려워서 이상한 이름으로 적어준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아니면 이름이 어려워서 잘 외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20살이 넘어서 일을 했을 때도 거래처 직원분이 내 이름은 모르고 통화만 하다가 내 이름을 부르며 전화 연결해달라고 하시길래 본인이라고 말하니 몹시 놀라며 남자 직원일 거라고 생각했다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참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개명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우리 동네에 택배를 배달해주시는 여자 기사님이 동생과 우연히 같이 탑승하시게 된 것이었다. 동생에게 내 이름을 대면서 아버지분이시냐고 물었고 동생은 우리 누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분이 몹시 놀라시면서 여태 40-50대의 왜인지 대머리... 아저씨분일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기사님 도대체 왜요? ㅠㅠ 저 맨날 날씨 안 좋으면 '오늘도 고생 많으십니다. 날씨 안 좋은데 운전 조심하고 힘내세요^^♥'같은 이모티콘 붙여서 문자 많이 했는데... 어째서 아저씨라고 상상하셨죠?
그래서 큰 충격을 받고 작명소 가서 이름을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여 개명했다.
다들 개명 잘했다고 했고, 본인도 개명하고 일이 더 잘 풀린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다만 시은보단 시연으로 바꿀걸 하는 후회가 약간 남지만....
나중에 기사님의 말이 발단이 되어 개명했다는 소식을 전하니 몹시 미안해하셨다.. 괜찮아요... 어차피 개명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으니까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