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고 위태로워진 게 언제부터일까?
나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나에게 위기가 닥쳤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심리적 변화에 손을 쓸 수가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다.
원래 베개에 머리만 대면 참 잠을 잘 자던 나였다. 낮에도, 밤에도, 몇 시간을 자더라도 상관없이.
어느 날부터 베개에 머리를 대고, 핸드폰을 만지지 않고 오래 누워 있어도 잠을 한 숨도 못 자는 일이 생겼다.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이 불면증은 그래도 처음엔 4시 반 정도에는 간신히 잠에 들 정도였는데, 그 이후로는 단 1분 1초도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단 1초도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잠을 청하지 못 해서 무겁고 멍한 육체와 정신을 일으켜 출근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약국에서 수면 유도제를 구매해서 먹기 시작했다.
자주 먹지는 않고 잠이 전혀 안 오는 날에만.
그래도 약을 먹고 1분이라도 잠을 청할 수 있다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약을 먹어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약을 먹고 잠에 든다고 하여도 새벽에 잠에서 깨는 일이 너무 잦아졌다. 거의 2시간마다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
이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지난주 화요일에는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결국 반차를 쓰고 병원에 갔다.
의사에게 내 증상을 말하고 수면 유도제를 처방해달라고 했다.
때때로 아픈 것들이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스트레스 관리를 받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컨트롤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렇게 스틸녹스 10mg을 처방받아서 반 알씩 복용을 시작했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때때로 불안함에 몸서리 쳐지면서 그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어 지는 때가 잦아졌다.
특히나 아늑한 침대에서도 참을 수 없는 불안감이 휘몰아칠 때가 있다.
나는 괜찮은데, 괜찮아야만 하는데 이런 불안감이 휘몰아 치면 풍랑에 내던져진 작은 조각배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기력해진다. 내가 너무나 나약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느껴진다.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내 마음의 평화를 쉴 새 없이 휘저어놓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그대로 우울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곤 한다.
불면이 심해진 이후로 나의 수면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전에 없던 잠버릇이 생겼다.
바로 잠꼬대를 하는 것.
나는 잘 때 미동 없이 자며 잠버릇도 전혀 없는 편인데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웅얼거리면서 말을 하는 데 있는 단어가 아니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건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며 새벽 2시쯤 약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같이 잤던 일행에 의하면 잠꼬대를 꽤나 했었으며, 다음날 새벽 4시-5시쯤 깨어날 때 엉엉 울다가 나의 흐느끼면서 우는 소리에 깨어났다....
꿈속에서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 건지 눈물이 너무 많이 났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고 엉엉 울다 일어나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고 눈도 부었었다. 일어나 보니 베개가 너무 축축하게 젖어있어서 스스로도 너무 놀랐다.
이런 경우가 없었어서...
잠에서 깨어나고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계속 흘렀다.
눈물은 왜 나는 것일까?
나는 뭐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고 마음이 아파하는 걸까? 나는 왜 그런 걸까?
참 정신이 바르고 건강하게 잘 커왔다고, 내가 나를 잘 지켜왔다고 어디 가서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정신건강에 있어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인데 이런 나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공포스럽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이런 모습은 내가 아닌데...
이러다가 이지를 놓쳐버릴까 봐 덜컥 겁이 난다.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버텨야 하는 걸까? 버텨낼 수 있을까?
요즘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든 것들이 자신이 없고 의문이 든다.
언제쯤 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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