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3~2019.06.16
일정 중 6/14일의 이야기.
둘째 날이 됐다.
그래도 약 먹고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첫날보다는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욕실 창문을 활짝 여니 여름임에도 습하지 않고 청량한 공기가 폐부에 가득 차는 게 느껴졌다.
스위스는 수돗물도 그냥 막 마셔도 된다는데 '공기가 이렇게 다르다니!!!'하고 놀랄 뿐이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샤워를 하고 나서 물이 좀 빠지는 속도가 늦었던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여름 치고 공기가 서늘해서 샤워 직후 추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숙소에서 스파게티를 끓여서 먹었다. 내가 생각했던 맛의 시판 소스는 아니어서 맛은 그냥 그랬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맛을 타협하고 그럭저럭 먹었다.
1층을 다 내어주셔서 정말 편했다. 물론 1층의 모든 공간을 다 사용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렇게 아침 식사를 대충 해서 먹고 설거지를 하고 관광도 할 겸 일행을 마중 나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섰다.
루체른으로 가기 위해서 기차를 기다리고 곧 기차에 탑승했다.
8일짜리 스위스 패스를 끊었기 때문에 뽕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고(거의 50만 원 돈이기 때문에) 정말 최대한 기차를 열심히 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일단 6월임에도 이렇게 청량한 느낌이 들다니 역시 스위스는 다르다 생각하며 한껏 스위스 뽕에 젖었다.
다들 스위스, 스위스 하던 이유가 있었다면서...ㅎㅎ
그렇게 20-35분 정도를 기차를 타고 루체른에 도착했다.
주변에 관광지가 2-3군데 정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 먼저 관광을 시작했다.
루체른 중앙역에서 나와서 좀 걷고 나니 카펠교가 나왔다. 찾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확실히 숙소가 있는 쪽 보다는 루체른이 도시적인 느낌이 훨씬 강하다. 뭐 사실 숙소 쪽은 목가적인 느낌이 엄청나서..ㅎㅎ
때마침 루체른에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다.
2년전 기억이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연설을 하고 환호하고 그랬었는데 스위스는 독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 이해하지는 못했고, 중간중간 영어 연설이 나오거나 영어자료를 찾아보면 남녀평등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세계 여성들의 임금에 대해서 논하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내용 등의 이야기였다.
스위스는 상당히 평등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던 루체른을 지나서(무슨 교회인가 성당 앞에서 행사를 했다. 거기에 가고 싶었는데 결국 행사로 인해서 들어가지는 못 했다.)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를 건넌 모습의 풍경이다.
사실 저 다리를 건널때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당혹스러웠다. 멀리서 보는 게 좋은 거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벌레.. 무섭지는 않지만 그냥 싫어...ㅠㅠ
시가지를 걸으면서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구경하고 중식당이 있길래 정말 세계의 여기저기에 다 있군 싶었다.
쌀이 너무 먹고싶었지만 꾹 참으며 시가지를 둘러봤다.
스위스는 참 어딜가나 물이 너무 투명하고 깨끗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였다면 분명 쓰레기가 물 위에 둥둥 떠다녔을 텐데... 하다못해 스티로폼 부서진 조각들이라도... 약간 씁쓸했다. 아시아도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게 시가지를 탐색하다가 시온이가 올 때가 되서 다시 루체른 중앙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오는 시온이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한 달 반 만에 상봉하고 반가운 마음에 포옹 했던 것 같다. 우리 시온이 내성적인 성향인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반가웠었나 보다. 아무래도 해외라는 특수성도 있고. ㅎㅎ
상큼한 오렌지 컬러의 니트를 입고 백팩을 메고 달려오던 시온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다시 루체른에서 숙소가 있는 엔클레부로 향했다. 이건 역에서 내려서 숙소 가는 길에 그냥 대충 찍은 사진..
좀 성의 있게 찍을걸 그랬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다 후회로 남는다.
한 컷, 한 컷 구도 맞춰서 좀 성의있게 찍을걸 그랬다.
숙소에 다시 도착해서 시온이에게 숙소를 구경시켜주고 짐 정리를 하고 장을 보러 갔다.
저녁은 삼겹살과 쫄면 2봉지,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와이너리 투어 하다가 사온 발사믹 소스를 사용한 샐러드.
원래 나는 삼겹살은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데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어서 그런지, 그냥 삼겹살이 너무 맛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들이 다 좋아서였는지 최고의 저녁 식사였다.
식사하면서 디저트 와인까지>_<
이 와인 역시 이탈리아 여행 중에 와이너리 투어 하면서 사 왔다. 와인은 역시 단거^^.
내 취향은 정말 확실하다 ㅋㅋㅋㅋ.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숙소 바로 옆에 공터(?)가 있었는데 숙소 호스트의 냐냐들이 외출해서 이 공터를 뛰어놀았다.
동네 산책을 하다 보니 토끼도 뛰어놀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는 길에 발견한 예쁜 꽃들.
자연이 주는 화려하고 생생한 예쁨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던지...
정말... 거짓말 같은 풍경.
어디서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리길래 갔더니 양들이 뛰놀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니 어떻게 안 건지 양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다가 흥미가 떨어졌는지 다들 우루루 가버렸다.
그래도 만나서 반가웠어~!
계속해서 언덕을 올랐다. 시온이는 체력이 모자란 지 중간 정도 따라오다가 멈췄다. 각자 음악을 틀어놓고 언덕을 올랐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풀더미를 주워서 들고 다니다가 방목하여 키우는 소를(송아지) 발견해서 유혹해서 사진을 찍었다.
오르는 길에 트랙터? 같은 기계로 거름을 뿌리는 동네분이 계셨는데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셨다.
'아~. 정말 상냥한 사람들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행복해했었다.
그래, 꼭 유명한 관광지를 가야만, 멋진 스폿에서 인생 사진을 건져와야만, 유명한 맛집에서 식사를 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이런 사소한 것으로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해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이탈리아에서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었어서 그런지 이런 여유가 미친 듯이 행복했다.
풍경 구경을 실컷 하다가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냥냥이들은 아직도 숙소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고양이라니...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지만 여기는 차도 별로 안 다녀서 가능할 법하다.
그렇게 해는 저물었고 나랑 시온이는 하루를 정리하며 야경을 안주 삼아서 남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다시 숙소 밖을 나섰다.
앞에 차가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ㅠㅠ.
숙소에서 갖고 나온 잔과, 준비해온 치즈, 그리고 쿱에서 산 초콜릿.
달이 떠있는 밤하늘을 안주 삼아서 열심히 잔을 부딪히며 와인을 마셨다.
최근에 시온이랑 여수 여행을 같이 갔는데, 이 와인이 생각나서 구매를 할 수 있는지 종종 검색을 해봤다고 한다.
나도 이 날 마신 이 달달한 와인이, 그 밤이 자주 생각난다.
그렇게 스위스에서 두 번째 날인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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