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텔레비전을 좋아한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텔레비전 프로는 항상 음악 방송이었어요.
저에게 대중음악은 인생의 80% 정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죠.
본격적으로 아이돌을 좋아한 건 중학교 1학년쯤인 것 같다. 그 전에는 대중가요를 너무 좋아하던 어디서나 보이는 평범한 어린 소녀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때쯤 데뷔한 동방신기를 그 당시 친구들이 다 좋아해서 좋아하기 시작했다가 그렇게 나는 SM.Ent의 늪에 빠지게 됐다. 좌심방 유영진, 우심방 켄지의 음악에 반응하는 지독한 SMP중독자.
진짜 미쳐서 좋아했던 때는 중학교 2학년 올라갈 때쯤에 같은 반에 문○현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프린터로 뽑은 사진 같은걸 보여주면서 "이번에 SM에서 데뷔할 아이돌인데 너도 같이 얘네 좋아하지 않을래?'라고 내게 슈퍼주니어 덕질을 권했어요.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전 알겠다고 했고... 그때부터였어요. 뭔가 약간 잘못됐다고 생각이 든 건.
그렇게 슈퍼주니어에 미쳐서 중2-3을 보냈고, 아이돌 보겠다고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까지 약 왕복 4시간 거리를 다니지 않나... 뭐 콘서트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음악방송 공방도 가고, 사생도 뛰고(그러면 안 됩니다.) 정말 지독했었죠.
다행히 인생을 갈아 넣지는 않고 고입을 약간 망치는 정도로만 갈아 넣었습니다. 그러고도 대중음악을 사랑해서 (특히 SMP....) 계속해서 아이돌을 좋아하는 제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샤이니라는 그룹이 데뷔하게 됩니다. 당시에 기범(KEY)이랑 종현이랑 또 누구였던가 아무튼 헤어스타일이 비슷해서 구분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기범이랑 민호랑 동갑인데 이제 내 나이 또래가 데뷔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전의 아이돌은 다 제게 연상이었는데 드디어 또래가 데뷔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때 가장 팀에서 막내였던 태민이를 보고는 "저렇게 어린애가(본인도 어림) 티브이에 나온다니. 세상이 정말... 어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뼛속까지 SM에 반응하는 저는 그렇게 샤이니도 사랑하게 됐습니다. 안 좋아했던 SM 소속 가수를 찾기가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이후에도,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 아이돌이 제겐 힐링이 되었고 특히나 태민이는 태민이가 너무 애기일 때부터 쭉 성장해오는 걸 봐서 그런지 키우지 않았어도 키운 느낌, 내 아이는 아니고 낳지도 않았지만 제가 낳은 느낌입니다. 벌써 우리 애가 다 커서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정작 호적을 같이 쓰는 성별이 다른 사람의 군입대 소식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죠...
혼자 '아들 군대 보내는 느낌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절 로드네요.
그래도 내년 말이면 제대한다니... 요즘 군대는 옛날과 다르게 전역이 빨라져서 좋다고 애써 혼자 위안해보네요.
부디 어디 아프지 말고, 몸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물론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더욱 건강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정신이 안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고 몸도 마음도 더욱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보고 싶어요.)
저와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많겠죠?
어찌 보면 서른 넘어서도 아이돌을 덕질하고 있는 제 모습이 약간은 한심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전 부끄럽지 않아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뭐가 어떤가요? 어줍지 않은 이상한 애들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응?)
아무쪼록 속상한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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