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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쳐가는 것들

前生;전생.

나에게 전생이 있다면 뭐였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마도 전생이 있었다면 제가 까마귀(慈烏)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소설 속에서 나오는 까마귀는 항상 반짝이는 걸 탐내는 새로 써 높은 신분인 사람들의 반짝이는 재물(황금이나 보석류)을 탐하고 때로는 가로채는 데 성공하기까지 하는데요... 까마귀에게 상당한 동질감을 느껴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반짝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효과도 좋아하고, 인조 보석도 좋아하고, 보석 모양 플라스틱 덩어리(모조 보석)도 좋아하고, 반짝이는 광택이 있는 옷들도 좋아하고... 생각해보니까 좀 뜬금은 없다만 미러볼도 좋아하네요.

그리고 화장도 반짝반짝 글리터를 잔뜩 써서 화장하는 걸 좋아합니다.

귀걸이나 액세서리 역시 크고 반짝반짝한 액세서리만 합니다. 아무래도 꾸미는 취향이 이렇다 보니 평상시에 다른 사람들보다 상당히 화려하게 하고 다니는 편이고, 마음먹고 꾸미는 날에는 웬만한 아이돌 마냥 꾸미고 다닙니다.

계속해서 이어가자면, 반짝반짝 아름다운 조명도 좋아하고요.

자연에서 반짝거리는 걸 찾자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물의 표면 역시 좋아합니다.

사람에게서 반짝거리는걸 찾자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반짝거리는 눈과 그 속에 담긴 내 모습도요.

 

정말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화려한 것들과 반짝거리는 것들은 다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늘 전생에 까마귀였을 거라고 말하고 다니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제가 싫지 않고 이 지독한 반짝이 집착증은 최소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 첫 기억으로부터 햇수를 계산을 해보자면 26년 이상 좋아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결같죠^^?

 

 

그렇게 자주 말하고 다녀서 그런 건지 예전과 다르게 까마귀들에게 자꾸 정이 갑니다.

예전에는 '까마귀'를 생각하면 죽음, 시체, 저승, 불길한 기운, 묘지 이런 음울한 단어들만 생각났었는데, 요즘엔 뭔가 허술하고 웃기고, 탐욕스럽고 조금은 멍청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변했달까요?

언어에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데(언령;言霊의 일종이겠죠?) 자꾸 생각하고 말하고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어서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나 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이 상상하는 전생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상상 속 전생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사람인지, 식물이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