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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제 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5번 레인]을 읽고.

 

2021.02.26~2021.02.28 읽음.

 

 이 책에 관해서 독서평을 남기려는 나의 마음은 사뭇 복잡하다.

일단 나는 물을 질색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5번 이상 익사할 뻔했었고, 단원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물이란 트라우마 그 자체이다내가 직접적인 피해 입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에게는 물이 상당히 공포스러운 존재로 다가오기는 그 이유가 충분하다.

 더군다나 나는 지독한 맥주병이어서 물에 뜨지 않기도 하고 수영으로 이 트라우마를 깨부수겠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 결정타는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이었다.

 

 

 내 꿈 중에 한 가지는 서른 전에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었고 유럽여행 중반쯤 나는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날씨가 더웠었던 곳에 있다가 부다페스트로 넘어오니 날씨가 다시 제법 쌀쌀 해졌다.

 여행 내내 비를 몰고 다니던 나 답게 아니나 다를까 부다페스트로 넘어온지 2시간이 안 되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더니 천둥 번개까지 쳤었다.

 

 비가 어느정도 약해지자 저녁 식사도 할 겸 주변 관광을 나갔는데 여전히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일정을 같이하던 일행이 자신은 배를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같이 다뉴브 강의 유람선을 타자고 제안했고, 트라우마도 있고 날씨 자체가 불길하다고 느꼈던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내일도 비가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탑승하지 말고 내일 추이를 보다가 타던지 하자고.. 오늘은 느낌이 별로 안 좋고 낮에 천둥 번개도 쳤으니 자제하자고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배경으로 내리는 애꿎은 비를 바라보며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에서 새벽 사이에 유럽 여행을 하던 도중에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던 밤이 되었다.

 

다름아니라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배가 가라앉아 난리가 났었던 것.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다시 잠들었던 그날 밤과 그다음 날이 아직도 영사기를 틀어 놓은 듯 생생하다.

 

다음날 숙소를 나서서 다뉴브 강을 따라 걸으니 분위기는 약간 뒤숭숭했다.

매서운 빗방울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비는 내렸고 다뉴브 강의 높아진 수심과 어지럽고 세찬 물살을 보면서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절대로 물과 가까이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난 30년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여전히 물이 무섭고 싫다.

 

 

 

그런 나와 달리 이 책은 초등학교 수영부에서 에이스를 맡고 있는 강나루라는 아이의 뜨거운 여름이 담겨있는 책이다. 정말 나와는 완전 다른 주인공인 나루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하면서 수영만이 제 세상이고 전부이며 삶의 모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딱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생각을 하는 그런 아이이다.

체육 중학교에 입학하고, 국가대표가 되어서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그런 아이. 그런 나루에게는 같이 수영을 하다가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뀐 자신의 친언니인 버들이를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수영을 놓아 버릴 수 있냐며 버들이에게 분노한다.

 

자신보다 조금 늦게 수영을 시작했지만 신체적 조건이 유리한 라이벌 초희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경기 성적도 조금은 떨어지고 결국엔 초희의 부적이라는 반짝 거리는 수영복을 뜻하지 않게 훔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태양이랑 연애도 하고. 결국 초희와 코치님 그리고 자신의 초등학교 수영부 친구들 에게까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정정 당당하게 초희와 대회에서 겨뤄서 또 초희에게 지면서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된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아닌 완연한 어른이고 성인이다. 나루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다가도 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밖에 안 됐다는 걸 상기시키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문장을 너무 흡입력 있게 풀어내서 마치 초등학교 6학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나루는 다시 시합장에 설 자신이 없었다.

다이빙대에 오른 이상, 누군가 밀쳐 떨어지기보다는 스스로 뛰어내려야 한다.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은 결국 자신에게 떳떳해야 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내 인생관과 가장 맞닿아 있는 문장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소설의 마무리가 흐지부지하게 된 것 같다고 느껴졌으나 뜨거운 여름의 한강초등학교 수영부를 방문하여 나루의 일상을 몰래 훔쳐본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 줄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