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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쳐가는 것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능 할까?

나는 전형적인 한국 사람의 특징인 '이왕 하는 거라면 최선을 다하자.'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생활 할 때 이런 특성이 더욱 뚜렷해져서 매사에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열정을 너무 태운 나머지 지쳐버리면 습관처럼 "대충 살자. 늘 그래 왔듯이."하고 내뱉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때, 특히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수 없이 다짐하게 된다.

 

 

이렇게 상충된 생각이 나의 일상을 오간다.

주로 평일에 "열심히 살아야지!"하고 다짐하는 편이고, 주말에 "대충 살자."하고 다짐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7일 중 평일이 5일이다 보니 내 인생의 밸런스도 대충 살려고 하는 게으른 나보다 이 한 몸 불태워서 생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내가 많은 날이 더 많다.

주말이 되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토요일마다 늘 3시에서 7시 반 정도 까지는 긴 낮잠을 자게 된다.

평일에 불태웠던 열정을 토요일에 잠으로써 회복한달까?

벌써 5년 넘게 내 몸에 익어서 토요일에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피하는 편이다.

늘 똑같은 3시~7시여도 토요일에는 하품이 자꾸 나오고 졸음이 쏟아져서 버티기 힘들다.

그렇게 열정을 태우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토요일에 충전을 시키고도 일요일에 기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것은 또 싫어서 대충 침대 위를 굴러다니면서 우리 집 고양이 둘을 끌어안고 평일엔 미처 나누지 못했던 교감을 나눈다거나, 책을 보거나, 전자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켜서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저런 행동들을 하게 된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아무것도 안 하는것이 아닌, 내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저런 사소하고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들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정말 아무것도 안 할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나? 그러면 어떤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멍만 때리는 건가? 멍하니 있는 것도 '멍'을 '하고'있는 건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사실 가능한 일일까?

인간이기에 생각을 하는 건데 생각을 안 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만히 있는 것도 어쨌든 가만히 있는것을 '하고'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것도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걸 '하고'있는 것인데. 참 아리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