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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쳐가는 것들

나는 다시 태어나면 YES MAN이 될 수 있을까?

난 단 한순간도 YES MAN 인적이 없었다.

나의 성향 탓인데 나는 일단 누군가가 부탁이나 명령을 하면 일단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들어보고 내 기준에 적당한 요구가 아니면 칼같이 NO라고 대답해버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원하지 않아도 거절을 못 하겠기에 항상 YES라고 대답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나에게 "딸~. 이것 좀 해."라고 하면 YES라고 하기보단 "왜?"가 먼저 나간다.

일단 엄마가 나랑 동생을 차별한다는 생각이 디폴트 값(default value)이기 때문이다.

뭐 그런 것 아니어도 요즘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엄마가 따로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엄마가 내 노력을 알아주는지는 미지수이다.

뭐 말이 샛길로 빠졌는데, 어찌 보면 그냥 알겠다고 대답해 주고 행동을 이행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안 돼서 어렵다. 특히나 나는 매사에 이유가 필요하고 일단 이유를 들어보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YES MAN이 되는 일은 상당히 요원하다. 모든 행동을 계산하지 않고 하고 싶은데 난 상당히 많은 부분들을 계산하고 살기 때문에 아마 평생 어렵지 않을까?

정말이지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어려워 보여서 가끔은 씁쓸하다.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잇속이 밝고 계산적인 사람이 됐나...

나는 나를 상당히 사랑하는 편이지만 가끔가다 이런 구석을 볼 때 아쉽다. 나도 좀 더 정이 넘치고 이익을 안 따지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이런 걸 뭐 어떡하나. 그냥 인정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아야지.

오늘은 아무도 내게 뭘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아서 yes라고 대답할 이유도, no라고 대답할 이유도 없는 아주 평범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