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또 다시 우울증의 늪인가?
인간이란 존재는 왜 이렇게 나약하고 감정적일까?
어릴때 부터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던것 같다.
매사에 침착해라, 감정을 빼고 이성을 앞 세워라 등등..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게 아니라 이런류의 소리 들을 참 많이 들어보며 자라왔다.
그래서 서른이 넘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좀 덜 반응하고 신경쓰고, 휘둘리지 않으며 내 길을 나아가는 그런 이성적인 사람인줄로만 착각하고 매사에 그렇게 디자인한 내 성격을 연기하며 살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나는 10대의 어느 날 처럼 여전히 마음이 여리고 나약하다.
다만 세상에 노출된 시간들이 더 많아져서 10대때 보다 상처의 깊이가 깊지 않을 뿐, 30대의 나는 그 때보다 덜 할뿐 여전히 여려서 계속해서 생채기가 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겐 어찌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소한 실수 하나가 꼬투리 잡혀 올 때마다 늘 옴짝 달싹 못 하게끔 어딘가에 메여있는 채로 돌팔매질을 당해 생채기가 나는 것 같다.
그 생채기를 보기만 해도 아프고, 돌아보고 다시 살피는 것 조차 아파서 자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상처를 잘 돌보고 어르고 달래서 새 살을 솔솔 돋아나게 할 수 있는 걸까?
도대체 그런 어른은 언제 될수 있는 걸까? 아니, 내 숨이 다하기 전까지 그런 어른이 될수 있기는 한걸까?
생각보다 자주 이런 나의 마음을, 나의 머릿 속을 복잡하게 휘젓고 다니는 돌풍같은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나약함을 전시하고 결국 비난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 하고, 나눌 수 없는 모진 생각들은 내 마음 어딘가 계속 방황 하다가 흉터만 남기고 소멸해버린다.
그렇게 소멸한가 싶다가도 어떤 구석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그 흉터자국을 발견하고 나면 다시 그 때의 아픔이 떠올라 숨이 턱턱 막혀오고는 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왜 이렇게 나약하고 감정적일까?
나만 이렇게 나약한 인간인가?
이성은 얼른 기억을 지우고 다른것에 몰두하며 쓸데 없는 분노나 상처는 잊으라 하는데, 사소한 상처가 어느새 큰 생채기가 되어있다. 얼마나 많은 생채기가 몸에 새겨져야 어른이 될수 있는 걸까?
살면서 생채기가 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채기가 전신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어도 다른 사람의 생채기와 아픔을 보고 끌어안아 줄 수 있는, 마음에는 생채기가 나지 않은 따뜻한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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